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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무뎌진 일상에서 벗어난, 신환철 인생 이모작...여행을 통해 꿈꾼다!

#<플로리다 기행> / 글 : 신 환 철/전-전북대학교(행정학박사)현, 명예 행정학 교수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111년 만에 있었던 폭염은 전국을 강타했다. 나는 2달 일정으로 미국 동남부 지역에 있는 플로리다(Florida) 주 여행을 다녀왔다. 그간 미국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몇 차례 그곳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던 터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여행길은 거의 5년 만에 찾은 미국인만큼 온갖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특히,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휴양·관광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플로리다를 간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곳은 파란 하늘과 녹음이 우겨진 숲, 끝없이 펼쳐진 습지와 평원, 그리고 3면이 대서양과 멕시코 만으로 둘러싸인 반도로 어느 곳에 가보아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남한의 1.7배 크기에 2,000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플로리다의 주요 사업은 농·목축업과 관광산업이고, 최근에는 전자산업과 우주산업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미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풍요로운 주로 꼽히고 있다.

게인스빌의 하루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차차(아들이 키우는 애완견으로 차오차오 종)를 데리고 주변 산책을 시작으로 근처에 있는 학교(University of Florida)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서, 저녁에는 운동을 하거나 Netflix에서 제공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됐다.

소소한 일상 중에서도 한국에서와 다른 점은 마트에 가서 식탁에 오를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고기류를 구매하여 식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는 “건강은 식자재에 있다는” 나의 오래된 생각을 실천하는 일이었다. 평생을 쉴 틈 없이 바쁘게...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나에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내는 이곳에서의 매 시간이 즐거움이고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여행이라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전주에서 플로리다까지 가기에는 너무도 먼 여행길이다. 전주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청사까지 4시간가량 리무진을 타고 도착해 인근 호텔에서 1박 한 후 7월 9일 오전 9시에 이륙한 비행기는 14시간의 비행 끝에 조오지아 주 애틀랜타 공항에 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했다. 

마침내 입국수속을 받고 환승하여 도착한 플로리다의 게인스빌(Gainsville)은 숲 속으로 뒤덮인 작은 도시로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플로리다 주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관광지가 있고, 미국 내에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역동적인 도시이다. 

겨울에는 온화한 기후로 북쪽의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자연 그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는가 하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각종의 테마파크가 문화산업으로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짧은 미국의 역사 속에서도 서구의 이방인들이 건설한 옛날의 도시의 모습이 잘 가꾸어진 채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세인트 오거스틴(Saint Augustine)이다. 플로리다 주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이 도시는 1565년 스페인에 의해 건설된 미국 최초의 서양 도시이다. 16세기와 17세기 대항해시대 스페인을 위주로 아메리카에 식민지 개척과 통치를 위해 세운 옛날의 서양 도시는 미국의 동부와 남부지역에 많이 남아 있다. 

도시발전의 와중에도 예전의 건물과 거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는 역사적 흔적들은 플로리다에만 탬파와 키웨스트 등에 있고, 오래 전에 방문한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명소로 유명하다. 

이들의 거리를 걷고 있으면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편하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데, 그것은 아마 옛 것을 제대로 구현시킨 것도 있지만 무질서하지 않고 깨끗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해보면서 한옥마을도 자체의 정체성과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세인트오거스틴 이외에도 아들 동현의 빈 시간을 이용하여 주변의 잭슨빌과, 템파, 데이토나, 올랜도 등을 함께 다녀왔다. 잭슨빌(Jacksonville)은 플로리다 북동부의 세인트 존스 강 하부에 위치한 도시로 급속한 산업발전으로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도시로 성장하였고, 미국에서도 면적이 넓은 도시로 이름나 있다. 

이 도시의 유래는 미국 제7대 대통령인 잭슨에서 유래되며 다운타운 한 복 복판에 그의 동상이 우뚝 서있다. 템파(Tempa)는 플로리다 서부의 항만도시로 1880년대 쿠바와 스페인의 이민자들이 담배산업을 일으켜 부흥했던 도시였고, 지금은 주변의 세인트 피터스버그(St. Pertersberg), 클리어워터(Clearwater)와 함께 대도시권을 이루고 있다. 

성장했던 당시의 도심지 옛 쿠바거리(Ybor city)가 쇠락한 채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클리어워터 시는 빼어난 해변경관과 길게 뻗은 백사장 등으로 휴양관광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이 도시 남쪽 가까이에 있는 피터스버그 시에는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Dali) 미술관이 관람객을 환영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 화가 달리의 미술관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전혀 의외였다. 바르셀로나에 그의 미술관이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달리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1982년을 문을 열어, 휴양도시인 클리어워터를 문화도시로 품격을 높인 당국자들의 혜안이 대단하다.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이 퇴조해가는 도시의 활력을 되찾은 것처럼 달리 미술관의 소장품뿐만 아니라 해변과 연계된 공원 안에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은 그 자체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또 개인의 재산과 소장품을 기부 받은 도시정부는 그것들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만들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재산을 상속받은 후계자들이 관리하기에 감당이 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에 기부하는 부자들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이애미 여행 중에 들린 비즈카야(Vizcaya) 박물관은 평생 모은 재산을 시에 기부한 사업가 디어링(Deering)의 저택과 정원에 만들어진 명소이다. 귀국 중 L.A. 에서 들린 Gatti Villa, Huntington Library, Regan Museum 모두 사회적 기부에 의해 만들어진 관광지들이다. 

아울러 플로리다의 아열대나 열대성 해안 지방에는 크고 작은 휴양관광지가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을 배경으로 형성되어 년 중 그치지 않고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서양을 마주 보면서 펼쳐진 비치 중에서 데이토나(Daytona) 비치는 그 풍광이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맑고 깨끗한 구름,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얀 백사장, 해변 가의 질서 있는 정리된 가로와 주택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자연적인 해변의 관광지와는 별도로 이곳에서 내륙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인위적으로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세계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올랜드(Orlando)가 있다. 

올랜도에 가까워질수록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붐벼 정체가 계속되었다. 플로리다 주 중간의 작은 도시 올랜도가 1971년 디즈니월드의 개장된 이후 급격히 도시화가 진행되어 지금은 크고 작은 세계적인 테마공원을 개장하여 년 4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놀이공원 하나를 관람하는 경우 적어도 3-4일이 필요한데, 년 중 이곳을 찾는 세계의 관광객이 여기에서 소비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플로리다 정부의 재정수입이 된다. 이곳의 테마파크를 직접 찾지는 않았지만 관광 후 그들이 들리는 맛 집이나 아웃렛 매장, 그리고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을 볼 때, 올랜도가 굴뚝을 상징하는 기존의 산업도시와는 비교할 정도가 아닌 창조적인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 기행의 정점은 마이애미 부근의 키웨스트(Key West)와 애버 글레이즈 국립공원이다. 지나 7월 19일 오후 게인스빌을 출발한 우리는 올랜드를 경유하여 민자 고속도로로 건설된 Turnpike를 달려 미리 연락된 최응준 사장 댁에 도착했다. 

최 사장은 전혀 안면이 없는 고등학교 후배였지만 조카의 소개로 알게 된 계기가 되어 고향 후배 조시종 박사와 미국에 가기 전부터 카카오톡 친구로서 연락을 주고받은 인연으로 도착한 그날 밤늦은 시간에도 따듯하게 반겨주었다. 

그렇게 최 사장댁에 3일 밤을 묶으면서 키웨스트도 다녀왔고, 마이애미의 시내를 돌아보고, 에버글레이즈를 탐방할 수 있었다. 마이애미(Miami)에서 키웨스트까지 43개의 섬과 다리로 이어진 96마일은 흰 구름이 뭉실뭉실 떠있는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계속되는 파란 바다 위에 달리는 환상의 도로였다. 

그렇게 3시간 30분을 거쳐 도착한 키웨스트는 과거 쿠바인들이 건설한 거리가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그 가운데 미국이 자랑한 문호 헤밍웨이가 1930년에 거주하였던 주택이 박물관으로 개장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최남단 지점을 표시하는 표지판에는 여기서 쿠바까지 거리가 90마일임을 알려주고 있다.

마이애미는 최근 남미에서 온 이민과 쿠바의 난민들로 인구가 증가하여 급성장한 도시이다. 다음 날 찾은 도심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었고, 도심 주변의 문 닫은 공장 부지나 황폐화된 거리는 벽화마을로 재창조되어 도시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다. 

쿠바출신이 대다수가 거주하는 마이애미에는 그들의 문화가 곳곳에 배어 있으며, 특히 쿠바 음식을 잘하기로 소문난 베르 싸이 레스(Versailes)라는 식당은 많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플로리다에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해산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곳곳에 있어서 행복이 충만했다. 

어느새 마이애미에서 세 번째 밤을 보내고 7월 22일 게인스빌로 돌아오는 길에 에버글레이즈(Everglades)국립공원을 찾았다. 플로리다 남서부 일대에 펼쳐져 있는 에버글레이즈는 아열대성 습지대로서 1947년 생물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맹그로브의 숲과 갈대가 우거진 소택지, 그리고 참억새류의 풀이 자라고 있는 끝없는 평원을 양 옆으로 개설된 41번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곳곳에 사파리 탐사하는 장소가 있다. 이곳에서 에어보트를 타고 30여 분동 안 늪지대를 탐사하는 동안 온갖 종류의 수중식물이 갈대와 연꽃 사이로 드러나 있지만 악어는 볼 수 없었다. 

더운 여름에는 물속에서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별도로 악어를 사육하는 곳에서 다양한 악어를 보고 만질 수도 있는 체험을 했다. 우리는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펼쳐지는 초원과 늪지대를 몇 시간을 더 달려 75번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템파를 거쳐 다시 게인스빌에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다.

여행이 익수 해 질 무렵 플로리다의 게인스빌에서 매일 반복적인 생활과 주변 지역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1달이 훌쩍 지나고 귀국할 날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8월 8일 올랜드 공항에서 5시간의 비행 끝에 L.A.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살고 있는 친지들도 만나고, 다시 찾고 싶은 L.A. 부근의 몇 곳을 방문했다.

사실 1984년 내가 처음 미국에 공부하러 갈 때 잠깐 장인어른과 함께 들린 롱비치 항 부근 언덕 위에 1976년 건립된 ‘우정의 종각’은 이제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원으로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종각 중심으로 피어있는 무궁화 꽃이 눈에 띄어 무척 반가웠고, 태평양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도 시원했다. 

그렇게 L.A.에서 2주 동안 체류한 후 8월 23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니 그 땡볕 무더위도 태풍 솔 릭이 불어 닥쳐온 국민이 힘겨워했던 무더위를 단숨에 몰아내고 단비 같은 빗줄기가 대지를 적시어 나를 반겼다.